문학 (7) 썸네일형 리스트형 이무영-죄와벌 7 죄와벌,이무영,공유마당,CC BY 7 「 나는 고백한다 」 가 첫 개봉을 한다는 날은 공교롭게도 아우의 첫 공판이 있는 날이었다. 특수한 경우 이외에는 일반 극장에 발을 들여놓지 않는 것이 성직자한테는 일종의 계명처럼 되어 있었다. 그런 것이 습관이 되어 영화 광고 같은 것은 챙겨본 일도 없던 박 신부의 눈에 어느 날 신문을 펴들자마자 신부의 사진이 눈 속으로 쏙 들어왔었다. "미친 사람들. 어디 인물이 없어서 하필이면 고요히 수도하는 성직자를 끌어내더람. 악취미야. 악취미도 이만저만한 악취미가 아니지…" 일종의 불쾌감까지 났었다. 그날은 그러고 잊었었다. 그뒤 며칠이 지나서다. 내일의 강론 준비를 하고 있으려니까 가톨릭 문학회 회원의 한 사람인 젊은 시인이 지나가는 길에 들렀다 하며 찾아왔었다. 여.. 이무영-죄와벌 6 죄와벌,이무영,공유마당,CC BY 6 이튿날 새벽 미사에 신부는 오직 바오로만을 위해서 기구를 올렸다. 진실로 기뻤다. 이 우주에서 가장 큰 죄악의 뿌리를 송두리째 뽑아낸 것 같은 기쁨이었다. 인간 사회에서 온갖 악을 물리치고 가장 위대한 선을 창조한 것 같은 환희였다. 신부는 자신이 갑자기 커진 것 같은 감을 느끼는 것이었다. 천주의 안배에 포근히 싸여 있는 것 같다. 성총의 도움도 자기 혼자만이 독차지한 성도 싶어진다. 아우가 살아온다는 사실이 이 한 가지 선 앞에서는 이렇게도 미력한 것인가. 스스로 놀라지기도 했다. '동기가 순전한 돈이었고 다행히도 피해자가 생명을 건졌고 더 다행한 일은 불구자도 되지 않았고 거기다 자수를 했고 보니 죄도 좀 가져워지겠지.' 바오로의 고해신부는 이런 타산도 .. 이무영-죄와벌 5 죄와벌,이무영,공유마당,CC BY 5 다시 열흘이 지났다. 또 열흘이 헛되이 갔다. 그러나 배후 관계는 실마리도 집어낼 수가 없었다. 범인이 일체 부인했던 것이다. 다시 며칠이 지나서다. 비로소 단서를 얻었다는 신문 보도가 났다. 모 무소속의 거물급인 정치인이라는 것이었다. 정계는 물론 전국민의 신경은 다시 날카로워졌다. 그렇다면 이북 괴뢰 간첩과도 접선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공포에서였다. 그렇지 않아도 거의 매일처럼 간첩이 잡히고 있었다. 상당한 거물급의 간첩도 벌써 이 달 들어서 두 명이나 체포가 되었던 것이다. 월북하려던 집단 간첩 일곱 명 일당이 서해안에서 체포가 되자 간첩단의 세포가 속속 드러나고 있었다. 그러나 조사 결과 그것은 범인의 전혀 허위 진술이었음이 판명되었다. 몇몇 거물급 인.. 이무영-죄와벌 4 죄와벌,이무영,공유마당,CC BY 4 용의자가 드디어 자백을 했다. 사건 발생 후 만 삼 주일 만이었다. 그러나 박 신부는 조금도 놀라지 않았었다. 그는 이 사건의 진범이 자기 동생임을 벌써 단정하고 있었던 것이다. 평시의 언행으로 보아서도 그러했다. 성격도 그럴 수 있는 소질이 많았었다. 고향인 안악에서였다. 찬재가 여덟인가 아홉 살인가다. 찬재는 열두 살이나 먹은 아이와 싸우다가 넉장이 되게 맞고는 그날 밤 그 아이의 집에 불을 퍼질렀었다. 가난한 집이었고 다행히 지붕만 반 가량 타서 변상만 하고 무사했지만 형과도 싸울 때는 돌이고 칼이고 마구 던지던 아이다. 군대에서도 그랬다. 중위로서 중령을 넉장이 되게 패주고 영창생활도 했었다. 어려서부터 제분에 못이기면 제 손가락을 아지끈아지끈 깨물던 아이.. 이무영-죄와벌 3 죄와벌,이무영,공유마당,CC BY 3 사건이 벌어진 것은 아직 늦더위가 채 걷히기 전인 어느 날 아침이었다. 새벽 미사를 올리고 돌아와서 그날 할일을 메모하고 있는데 문을 두드리는 사람이 있었다. 박 신부는 노크 소리만으로 외래 손님이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들어오십시오." 대답을 하면서 손이 들어오기를 기다리지 않고 방문을 열어주었던 것이다. "박 신부님이십니까?" "네, 그렇습니다만, 누구시던가?" 아는 교우가 아니다. 낯은 선 사람이었지만 교우라고 다 아는 도리도 없는 지라 우선 이렇게 교우 대접을 하려니까, "신부님께 좀 여쭈어 볼 것이 있어서요. 여기 좀 앉으시지요." 하고 도리어 의자를 권한다. 그때까지도 박 신부는 어느 구의 교우겠거니만 싶어 원탁자 위에 어수선히 흩어져 있는 신문 잡.. 이무영-죄와벌 2 죄와벌,이무영,공유마당,CC BY 2 그렇다. 이 검은 옷의 사나이는 역시 신부였다. 뒤늦게 교문을 두드린 수도자도 아니다. 어엿한 태중교우로 신학교를 거친 신부였다. 원명은 박진태였지만 진태란 이름은 어려서 불러보았을 뿐 사십을 바라보는 오늘까지 '요셉' 으로 통해 오고 있다. 지금은 본당을 떠나서 변두리의 자그마한 성당의 주임신부였지만 강론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교리에도 밝았고, 자기의 소신을 문자로 표현하는 특재가 있어 교우들의 신망도 컸다. 주교님까지가 특히 한 점을 더 놓고 있는 터다. 박 신부의 손에 세례를 받은 사람만 해도 수천으로 헤아릴 수 있고, 그 앞에서 혼배를 한 사람들은 거짓말처럼 모두가 행복하다 하여 교우들간에는 우상처럼 받들어지는 존재였다. 어려서 한학을 많이 닦기도 했으려니와 .. 이무영-죄와벌 1 죄와벌,이무영,공유마당,CC BY 1 경관이 쏜 피스톨에 범인인 교회지기가 쓰러지자 관중석에서는 벌써 의자 젖혀지는 소리가 요란했다. 그러나 화면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신부로 분장한 몽고메리 크리프트가 천천히 걸어가서 쓰러진 범인을 받쳐들고 관중의 시야 속으로 부쩍부쩍 다가올 때는 관중석에서는 어시장 그대로의 혼잡이 벌어지고 있다. 아직 이회 관중들이 반도 빠져나가지 못했는데 삼회권가진 사람들이 출입구를 막은 것이다. 빨리 나가라는 듯이 벨이 요란스럽게 울어대고 있다. 십분간이라는 휴식시간도 있고 하니 길을 텄으면 순조로우련만 출입구를 막고는 서로 입심만 세우고들 있다. "나갈 사람이 다 나가거든 들어오너라!" "길을 틔워라! 바보 같은 자식들아!" "내밀어라, 내밀어!" 「나는 고백한다」 라는 영화.. 이전 1 다음